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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法 전합체, 베트남 여성 자녀 약취·해외이송 ‘무죄’
2013.06.24

전합체 “위력 없었고 보호·양육 의사 있어” 약취성 부정

배우자 동의없이 자녀 해외이송…요건·범위 선언 첫판결 



베트남 여성이 한국인 남편의 동의 없이 생후 13개월 된 자녀를 베트남의 친정으로 데려간 행위는 국외이송약취죄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재판장 대법원장 양승태, 주심 대법관 박보영)는 20일 베트남 국적 여성의 한국국적 자녀 국외이송약취죄·피약취자국외이송죄 상고심에서 무죄 판결의 원심을 확정했다. 


기존 대법원 판결(2007도8011)이 “미성년자를 보호감독하는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다른 보호감독자의 보호양육권을 침해하거나 자신의 보호양육권을 남용하여 자녀의 이익을 침해하는 경우에는 미성년자약취죄의 주체가 될 수 있다”고 판시한 바 있지만 이번 사건은 부모가 함께 어린 자녀를 키우다가 그 중 한 사람이 상대방과 협의하거나 법원의 결정을 거치지 않고 혼자 일방적으로 자녀를 데리고 외국으로 출국한 경우로서 대법원의 최종 결단이 주목됐다. 


대법원은 금번 사건의 법리적 중요성과 사회적 의미 등을 감안, 지난 3월 21일 공개변론과 함께 사법부 사상 최초로 생중계 방송까지 실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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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대법원 


☞ 사건의 경위 


피고인 A(26)는 베트남 국적으로서 2006년 우리나라 남성과 결혼하여 아들을 낳고 우리나라에서 살고 있는 여성으로서 2008년 친구 집에 갔다가 버스를 놓쳐 외박한 일로 남편의 박대를 받게 되자 한국 생활에 답답함을 느끼고는 아들(당시 13개월)을 데리고 베트남으로 떠나겠다고 마음먹고 남편의 뜻에 반하여 아들을 데리고 나와 베트남으로 출국했다.


이후 A는 아들을 베트남 친정에 데려다 두고 양육비를 벌기 위해 약 2주 후 혼자 우리나라에 재입국하여 거주하다 이 사건으로 체포됐고 검찰은 국외이송약취 및 피약취자국외이송죄로 기소했다. 


제1심 형사재판 중 A와 남편은 협의이혼했고 이 때 피해 아동의 양육자는 A로 정해졌고 무죄가 선고됐다. 제2심 역시 “미성년자에 대한 약취죄는 미성년자 본인의 이익을 침해한 경우에 성립한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검찰은 “피고인의 행위 때문에 피해 아동은 대한민국 국적을 가지고도 성장환경, 양육환경이 전혀 다른 외국에서 아버지의 보호를 받지 못한 채 자라게 되므로 피고인의 행위는 피해 아동의 이익을 침해한 것”이라며 상고했다. 


☞ 법리적 쟁점과 형사정책적 관점 


이번 사건을 두고 법조 및 법학계에서는 약취죄로 처벌할 수 있다는 견해는 피고인이 자녀의 또 다른 보호자이기도 한 남편과 아무런 협의도 거치지 않고 자녀를 먼 외국으로 데리고 가 버려 남편과 자녀를 떼어 놓은 행위에 대해서 마땅히 형사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주장이 있어 왔다. 


반면 약취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견해는 비록 피고인이 남편과 사전 협의를 거치지는 않았다고 하더라도 다른 불순한 의도 없이 단지 어머니로서 어린 자녀를 계속 키우고 싶어서 데려간 행위를 형사처벌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주장이었다. 


특히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국제결혼, 다문화가정의 증가와 함께 부모 중 일방이 상대방의 동의 없이 자녀를 데리고 외국으로 출국하는 사례가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사건은 이러한 행위가 어떤 경우에 형사처벌 대상이 되는지 그 판단 기준이 되는 첫 사법적 판단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 대법원 판단 = 약취성 없고 양육의사 있어 “무죄” 


전원합의체는 먼저 형법 제287조의 미성년자약취죄, 제288조 제3항 전단의 국외이송약취죄 등의 구성요건요소로서 약취에 대해 “폭행, 협박 또는 불법적인 사실상의 힘을 수단으로 사용하여 피해자를 그 의사에 반하여 자유로운 생활관계 또는 보호관계로부터 이탈시켜 자기 또는 제3자의 사실상 지배하에 옮기는 행위를 의미”라고 풀이했다. 


합의체는 또 “미성년자를 보호·감독하는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다른 보호감독자의 보호·양육권을 침해하거나 자신의 보호·양육권을 남용하여 미성년자 본인의 이익을 침해하는 때에는 미성년자에 대한 약취죄의 주체가 될 수 있다”며 “그 경우에도 해당 보호감독자에 대하여 약취죄의 성립을 인정할 수 있으려면 그 행위가 위와 같은 의미의 약취에 해당하여야 한다”고 해석했다. 


합의체는 그러나 “폭행, 협박 또는 불법적인 사실상의 힘을 사용하여 그 미성년자를 평온하던 종전의 보호·양육 상태로부터 이탈시켰다고 볼 수 없는 행위에 대해까지 다른 보호감독자의 보호·양육권을 침해하였다는 이유로 미성년자에 대한 약취죄의 성립을 긍정하는 것은 형벌 법규의 문언 범위를 벗어나는 해석으로서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비추어 허용될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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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대법원 


합의체는 “따라서 부모가 이혼하였거나 별거하는 상황에서 미성년의 자녀를 부모의 일방이 평온하게 보호·양육하고 있는데, 상대방 부모가 폭행, 협박 또는 불법적인 사실상의 힘을 행사하여 그 보호·양육 상태를 깨뜨리고 자녀를 탈취하여 자기 또는 제3자의 사실상 지배하에 옮긴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미성년자에 대한 약취죄를 구성한다고 볼 수 있다”고 부연했다. 


합의체는 다만 “이와 달리 미성년의 자녀를 부모가 함께 동거하면서 보호·양육하여 오던 중 부모의 일방이 상대방 부모나 그 자녀에게 어떠한 폭행, 협박이나 불법적인 사실상의 힘을 행사함이 없이 그 자녀를 데리고 종전의 거소를 벗어나 다른 곳으로 옮겨 자녀에 대한 보호·양육을 계속하였다면, 그 행위가 보호·양육권의 남용에 해당한다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설령 이에 관하여 법원의 결정이나 상대방 부모의 동의를 얻지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행위에 대하여 곧바로 형법상 미성년자에 대한 약취죄의 성립을 인정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합의체는 “특히 이 사건 피고인의 행위는 실력을 행사하여 자녀를 평온하던 종전의 보호·양육 상태로부터 이탈시킨 것이라기보다 친권자인 모(母)로서 출생 이후 줄곧 맡아왔던 보호·양육을 계속 유지한 행위라고 할 것”이라며 “이를 폭행, 협박 또는 불법적인 사실상의 힘을 사용하여 자녀를 자기 또는 제3자의 지배하에 옮긴 약취 행위로 볼 수는 없다”고 판결했다. 


☞ 보충 의견 = 형벌 제재 자제…정책적 대비해야 


다만 이같은 다수의견에 대해 이인복, 이상훈, 박병대, 박보영, 김소영 5인의 대법관은 민사적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고 해서 약취죄의 성립 범위를 확대하는 것은 형법의 본질이나 약취죄의 입법 취지 등에 맞지 않고, 국제결혼·다문화가정과 관련된 현실적 문제점에 대해서는 별도의 입법적·행정적 조치를 통하여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보충의견을 냈다. 


5인 대법관은 “형법의 본질, 미성년자에 대한 약취죄의 입법 취지와 보호법익 등에 비추어 볼 때, 부모가 자녀에 대하여 한 행위의 형법적 의미를 판단함에 있어 그 목적과 의도, 행위 당시의 정황, 행위의 구체적인 태양과 유형, 수단과 방법, 행위 당시 자녀의 상태 등을 깊이 고려해야 한다”며 “단순히 가족관계 법령에서 정한 정당한 절차와 방법을 거치지 아니한 채 자녀를 데리고 외국으로 가 상대방 부모의 자녀에 대한 보호·양육권을 침해하고 자녀의 생활관계 또는 보호관계에 변경을 가져왔다는 이유에서 부모에 대한 국외이송약취죄 등의 성립을 넓게 긍정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또 “이 사건과 같이 부모의 일방이 상대방의 동의나 가정법원의 결정이 없는 상태에서 미성년 자녀를 국외로 데리고 나간 경우에 대해서는 그 행위에 합당한 처벌규정을 제정하고 여권의 발급·제한과 출입국관리 등 관계되는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며 “국제결혼 관련 국가와의 외교적 해결방안을 마련해 두는 등 반대의견에서 제기한 문제점의 시정과 해결을 위한 입법적·행정적 노력과 조치가 조속히 이어져야 한다”고 정책적 결단을 촉구했다. 


☞ 반대 의견 = 상대방 보호·양육권 침해 “약취죄” 


반면 신영철, 김용덕, 고영한, 김창석, 김신 5인의 대법관은 피고인의 행위는 ‘약취’에 해당하므로 파기환송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신 대법관 등은 “부모 중 일방이 상대방과 동거하며 공동으로 보호·양육하던 유아를 상대방의 동의나 가정법원의 결정이 없는 상태에서 국외로 데리고 나가 상대방의 친권행사를 곤란하게 한 행위는 ‘사실상의 힘’을 수단으로 사용하여 유아를 자신 또는 제3자의 지배하에 옮겨 상대방의 보호·양육권을 침해한 행위”라고 해석했다. 


또 “부모 중 일방이 상대방 단독양육의 자녀를 탈취하여 자신의 지배하에 옮긴 행위와 이 사건과 같이 상대방과 공동양육하는 자녀를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여 자신의 단독 지배하에 옮긴 행위는, 양자 모두 정당한 절차와 방법을 거치지 않고 상대방의 자녀에 대한 보호·양육권을 침해하였다는 점에서 그 본질이 같다”고 밝혔다. 


대법관들은 이어 “공동친권자 중 일방이 정당한 절차와 방법에 따르지 않고 다른 공동친권자의 의사에 반하여 자녀를 데리고 종전의 국내 거주지를 이탈하여 국외로 이전하는 행위는 자녀의 생활관계 또는 보호관계에 중대한 변경을 가져오는 행위로서 그 자녀의 이익도 심히 침해하는 것”이라며 “부모 중 일방이 그러한 절차를 무시하여 자녀의 이익에 어긋나는 결과나 우려를 낳는 경우에는 그에 상응한 적절한 제재를 가함으로써 함부로 주관적·개인적인 판단에 의하여 자녀의 복리를 해칠 수 있는 행동을 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나아가 “공동친권자인 부모 중 일방이 정당한 절차와 방법에 반하여 상대방 몰래 자녀를 데리고 출국해버리는 행위를 처벌할 수 없다고 한다면 형사정책적 측면에서도 중대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다수의견의 결론은 다문화가정의 현실적 문제에 대하여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국가로 하여금 자국민의 보호라는 가장 기본적인 책무조차 다하지 못하게 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법관들은 “결국, 피고인의 행위는 사실상의 힘을 수단으로 사용하여 유아인 자녀를 피고인 또는 제3자의 지배하에 옮기고 이로써 자녀를 종전의 자유로운 생활관계 또는 보호관계로부터 이탈시켜 그의 이익을 해함과 아울러 공동친권자인 상대방 부모의 보호·양육권을 침해한 것”이라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국외이송약취죄와 피약취자국외이송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한다”고 의견을 냈다. 


☞ 판결의 의미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전원합의체 판결은 부모 중 일방이 상대방의 동의 없이 자녀를 데리고 외국으로 간 행위와 관련하여 형법상 약취죄로 처벌될 수 있는 요건과 범위가 어디까지인지를 명확히 선언한 첫 번째 판결이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이성진 기자 desk@lec.co.kr / 도움: 대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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